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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과 마, 이세계에서 생긴 우정 (9회)

정과 마, 이세계에서 생긴 우정

by k-americano 2025. 9. 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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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과 마, 이세계에서 생긴 우정 표지
정과 마, 이세계에서 생긴 우정 9

 

정과 마, 이세계에서 생긴 우정 (9회)

에이단이 읽어 내려간 고서의 내용에 도연과 홍란은 충격과 함께 혼란에 빠졌다. 그들의 고향인 무림의 정파와 마교의 싸움처럼, 이 세계에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들은 숨죽이며 고서의 다음 페이지가 펼쳐지기를 기다렸다.

 

에이단은 차분하게 고서의 내용을 이어갔다.

 

"아르데 왕국에는 두 명의 소드마스터가 있었다.

한 명은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 찬 국왕이었고, 다른 한 명은 백성을 진심으로 아끼는 기사단장이었다. 기사단장은 현 국왕의 스승이자, 선대 국왕의 친구였다.

선대 국왕은 지병으로 사망하며 기사단장에게 현 국왕을 잘 보필해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기사단장은 그 유언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국왕의 곁을 지켰다."

 

"그러나 마왕의 저주는 소드마스터 국왕의 마음을 완전히 지배했다.

그의 검은 더 이상 백성을 위한 검이 아니었고, 오직 파괴만을 위한 검이었다.

전쟁은 거세게 타올랐고, 아르데 왕국의 군사력은 대륙을 압도했다."

 

에이단은 잠시 말을 멈추고 셀레나를 바라보았다. 셀레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내용을 설명했다.

 

"우리 이그니스 연방과 엘도라 제국에는 아르데 왕국의 두 소드마스터에 대항할 만한 강력한 전력이 부족했습니다.

엘도라 제국에는 뛰어난 마법사 부대가 있었지만, 마법사단을 이끄는 수장은 7성 마법사였습니다.

소드마스터와 대적하려면 최소 8성 이상은 되어야 했지요. 이그니스 연방을 이끌고 있던 우리의 선조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상급 기사와  7성 마법사에 불과했죠."

 

셀레나의 설명에 도연과 홍란의 얼굴에 절망감이 스쳤다. 그들은 자신들의 고향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세계의 힘 역시 계급과 서열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그때, 고서의 페이지가 다시 넘어가며 새로운 그림이 나타났다.

 

"전쟁이 막 시작되려던 시점, 이그니스 연방의 국경에 두 명의 이방인이 나타났다.

한 이방인은 남자로, 무림에서 검은 구멍을 통해 넘어온 무인이었다. 그는 이 세계의 기운에 압도되어 힘을 잃었지만, 이 낯선 풍경을 또 다른 무림의 한 곳이라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배회하고 있었다."

 

"그가 숲속을 거닐던 중, 절박한 비명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가자, 화려한 금빛 머리카락과 강렬한 붉은색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 고블린 무리에게 둘러싸여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무리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트롤 한 마리가 서 있었다. 여인은 힘을 잃은 채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골드 드래곤이었다."

 

고서의 삽화는 이방인 남자가 검을 뽑아 고블린 무리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공을 잃은 몸이었지만, 그의 검술은 이 세계의 검술과는 전혀 다른, 빠르고 유려한 움직임이었다. 남자는 순식간에 고블린들을 베어냈다.

그러자 고블린들의 우두머리인 트롤이 분노했다. 트롤은 맹렬한 포효와 함께 남자를 향해 거대한 곤봉을 휘둘렀다. 남자는 가볍게 곤봉을 피하며 트롤의 다리를 베었고, 트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남자는 쓰러진 트롤의 머리를 단칼에 베어냈다.

 

여인은 절망에 가득 찼던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경계심을 드러내며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남자는 그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두 이방인은 그곳에서 만났다. 한 명은 모든 것을 잃은 무인, 다른 한 명은 능력을 상실한 드래곤이었다. 그들의 만남이 이 세계의 역사를 바꾸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고서의 기록은 여기까지였다.

 

도연과 홍란은 자신들이 겪었던 상황과 너무나도 비슷한 내용에 소름이 돋았다. 그들은 자신들처럼 고향을 떠나 이세계에 도착했고, 힘을 잃은 채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만났다.

 

"두 이방인은 그곳에서 만났을 것입니다." 에이단이 말했다.

 

"그들의 만남이 이 세계의 역사를 바꾸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겠죠."

 

도연은 멍하니 고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제 자신들이 겪었던 모든 일이 그저 우연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선조가 그랬던 것처럼, 이 세계의 운명에 얽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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