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블린 무리가 사라진 숲은 다시 고요해졌다.
도연은 홍란의 상처를 응급 처치한 후, 그녀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홍란의 손목은 독기에 검게 변해 있었고, 여전히 핏물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몸은 좀 어때?"
도연의 걱정 어린 물음에 홍란은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독이라면 이 몸이 전문가다. 내 피를 썼으니, 독이 독을 먹는 셈이지. 내공만 있었다면 순식간에 치료됐을 텐데."
두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우선 이곳이 어딘지부터 알아야겠어." 그들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숲속에서 또 다른 인기척이 느껴졌다. 도연은 반사적으로 검을 움켜쥐었다.
숲의 나무들 사이로, 이상한 복장을 한 세 사람이 나타났다. 그들은 무림의 의복과는 전혀 다른, 화려하면서도 실용적인 옷을 입고 있었다. 한 명은 거대한 대검을 짊어지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은 활을 쥐고 있었다.
그들은 도연과 홍란을 발견하고는 경계하며 다가왔다.
대검을 멘 남자가 무어라 말을 걸었다.
그러나 도연과 홍란은 그가 사용하는 언어를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세 사람도 당황한 듯 서로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저들은 대체 어디서 온 거지? 우리 말을 전혀 못 알아듣잖아." 지팡이를 든 남자가 말했다.
"그것보다, 어떻게 고블린 킹을 잡은 거지? 고블린 무리까지 있었는데." 활을 든 여자가 물었다.
대검을 멘 남자가 짊어진 검을 고쳐 잡으며 말했다.
"고블린 킹은 적어도 익스퍼트 기사는 되어야 혼자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입니다. 보통 어드밴스 기사도 무리를 만나면 어려워하죠. 그런데 저 두 여자가 해냈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들의 대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도연과 홍란은 긴장한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활을 든 여자가 허리춤에서 물병을 꺼내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 모습을 보자 도연과 홍란은 그제야 극심한 갈증과 허기를 느꼈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음을 깨달은 것이다.
활을 든 여자는 두 사람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 잠시 망설이더니, 조심스럽게 물병을 건넸다.
도연은 경계하며 물병을 바라봤지만, 여자는 자신이 물을 마시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홍란은 퉁명스럽게 물병을 받아 한 모금 마셨고, 그제야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연 역시 물을 마시며 조금씩 긴장을 늦추었다.
그때, 지팡이를 든 남자가 신비로운 눈빛으로 도연과 홍란을 바라보았다.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가 쓰는 대륙어가 아니군. 통역 마법이 효과가 있을까...?'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아무도 모르게 지팡이 끝으로 도연을 향해 작은 마법을 걸었다.
마법은 푸른 빛을 내며 도연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지팡이를 든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 말이 들리십니까?"
놀랍게도, 그가 하는 말이 도연의 귀에 또렷하게 들려왔다. 홍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도연을 바라보았다.
도연은 혼란스러웠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대답해야 한다는 본능적인 생각이 들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그리고 여기는 어디지?"
도연의 질문에 지팡이를 든 남자는 안도하며 대답했다.
"다행입니다. 통역 마법이 효과가 있군요. 저는 마법사입니다. 마법으로 당신의 언어를 통역한 겁니다."
그러나 '마법'이라는 단어는 도연과 홍란에게는 완전히 낯선 개념이었다. 두 사람은 그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얼굴로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지팡이를 든 남자는 그들의 반응을 보고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 대검을 든 남자에게 통역된 언어로 말했다. "이분들은 마법이라는 개념조차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먼 곳에서 온 모양입니다."
"저희는 이그니스 연방의 사냥꾼입니다. 이 숲은 에르가 숲의 일부죠. 당신들은 길을 잃으신 건가요? 혹시... 상단 소속입니까?"
이그니스 연방, 에르가 숲... 도연과 홍란은 처음 들어보는 지명에 혼란스러웠다. 도연은 일단 경계를 풀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홍란이 독기로 치료를 했다는 사실은 숨긴 채, 괴물 무리에게 습격당했다고만 말했다.
그들의 이야기에 세 사람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도연과 홍란의 행색이 낡고 남루했지만, 그들의 기품과 날카로운 눈빛에서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직감했다.
"일단 연방의 거점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곳에 가면 치료사도 있고, 상처도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
대검을 든 남자는 도연과 홍란을 의심하기보다는, 그들을 도와주려 했다. 도연은 그들의 친절에 경계심을 조금 풀었다. 이 낯선 세상에서 무작정 길을 나서는 것보다는, 우선 그들을 따라가 정보를 얻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도연은 홍란을 일으켜 세우고 그들을 따라 숲을 벗어났다. 숲을 벗어나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무림에서는 본 적 없는 거대한 도시였다.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들과, 마법으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건물들이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도연과 홍란은 그 거대한 도시의 위용에 할 말을 잃었다.
이 낯선 세상에서, 두 사람은 어떤 운명을 마주하게 될까?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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