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성 시내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지만, 강인혁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다. 잠든 이화연을 품에 안고 마에다의 추격을 피해 거리를 가로지르는 그의 발걸음은 절박했다.
그의 등 뒤에서는 일본 순사들의 긴급 출동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부터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신이치가 마에다를 따돌리기 위해 가짜 비상사태를 만들었지만, 그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할 터였다.
그는 인적 없는 골목을 지나고, 담을 넘으며 밤의 경성 속으로 숨어들었다. 차갑게 잠든 이화연의 몸을 감싼 담요 위로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인혁은 신이치가 알려준 비밀 통로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곳은 과거 독립운동가들이 경성 외곽으로 탈출하는 데 사용했던 지하 수로였다. 악취가 풍기는 어둡고 축축한 수로 속으로 들어서자, 경성 시내의 소음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오직 물소리와 그들의 숨소리만이 남았다.
이화연의 창백한 얼굴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인혁은 속으로 맹세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백두산까지 데려갈 거야. 당신의 고귀한 힘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미래를 위해.’ 그의 헌신은 단순한 사랑을 넘어, 멸망한 고조선의 마지막 정신을 지키는 비장한 사명으로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에다의 집요함은 신이치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는 총독부의 비상사태가 가짜임을 금방 눈치채고, 즉시 강인혁의 저택 별채로 병력을 출동시켰다. 텅 빈 별채를 확인한 그는 분노로 이를 갈았다.
마에다는 강인혁의 동선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가 단순히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목적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부하들에게 경성 외곽으로 나가는 모든 길목을 봉쇄하라고 명령하고, 인근에 숨어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비밀 아지트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화연의 신력을 인간이 아닌, 일제에 절대 복종시킬 수 있는 ‘무기’로 여기고 있었다.
인혁은 지하 수로를 통해 경성 외곽에 있는 폐가에 도착했다. 그곳은 독립운동가들의 비밀 거점 중 하나였다.
그는 그곳에서 믿음직한 동지들과 재회했다. 동지들은 인혁의 품에 잠든 이화연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이내 그녀의 특별한 사정을 이해하고 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인혁은 그들과 함께 백두산까지의 구체적인 도피 경로를 논의했다. 신이치가 넘겨준 일본군 검문소 정보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경무국 내부에 마에다와 같은 인물이 있다는 것은 여전히 위험한 변수였다.
마에다는 인혁이 은신하고 있는 폐가 근처까지 추격해왔다. 그는 수색 작전을 지휘하며 인혁이 결코 도망칠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바로 그때, 폐가의 문이 열리고, 인혁이 이화연을 안은 채 밖으로 나왔다. 그의 뒤에는 무장한 독립운동가들이 서 있었다. 마에다는 이들의 존재를 보고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인혁에게 총을 겨누며 외쳤다.
"강인혁, 너는 이미 끝났다. 그 여자를 넘겨라. 그러면 네놈의 목숨은 살려주마!"
인혁은 그의 제안을 비웃으며 이화연을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는 결의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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